당신의 마음에 영화를 처방해드립니다
영화를 사랑한 심리학, 심리학이 새겨진 영화
당신의 마음에 영화를 처방해드립니다
행성B 출판, 전우영 지음
13. 😘 키스를 하면서도 동시에 숨을 쉴 수있는 방법
14. 💊 아무렇게나 내민 손에 왜 어떤 때는 진정제가, 어떤 때는 독약이 잡히는 걸까
15. 🏡 나쁜 기억은 행복의 홍수 아래 가라앉게 하라
21. 🫂 흑인은 나쁘다고 믿었는데, 생각해보니 나는 흑인이야
24. 🌅 봉변을 당하지 않고 휴가를 즐길 수 있는 방법
26. 💧 사랑은 내 얼굴에 그의 모습이 새겨지는 것을 허락한다
27. 🤕 몸에 난 상처보다 마음에 난 상처가 더 오래가는 이유
38. ✖️ 청년은 울버린으로 세상을 살고, 중년은 로건으로 세상을 산다
42. 🎄 원하는 것을 가졌고 싫은 일은 하지 않지만, 행복하지 않은 이유
45. 👨👩👧👦 법적으로는 범죄집단, 심리적으로는 가족
51. 🖼️ 영원히 살 수는 없지만, 영원히 기억될 수는 있다
예전부터 이런 책을 언젠가 읽어보자는 마음은 줄곧 마음 속 어딘가 있었다. 하지만 하루 중 대부분을 모니터 앞에서 키보드만 만지다보니, 활자가 쓰여진 인쇄지의 그 두툼한 촉감을 잊고 산 지가 벌써 몇 해 째인지 기억도 안난다. 드디어 4학년, 컴퓨터 공학과라 이름 지어지지 못한 컴퓨터 과학과에서 학과 생활을 시작한지가 벌써 4번째 해에 다다랐다는 의미다. 여지껏 온몸을 아둥바둥거리며 컴퓨터의 복잡한 폰 노이만 구조를, 운영체제와 프로그램의 구조를 이해하려, 개발자가 되려 노력해왔다. 군대를 가기 전까지만 해도 혼자서도 집근처 영화관에 가 심야영화를 보고 오는 걸 즐겼고, 활자의 가치를 서서히 알아가고 있었지만, 게임 개발자가 되고싶었던 내 꿈이 내 손목을 잡고 달리기 시작했고, 나도 덩달아 달리기 시작했다. 그랬다.
그 때의 그 마음이 식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. 정신이 없을정도로 2~3학년을 보내지는 않았지만, 그래도 나름 학점을 챙겨들어 4학년 1학기에는 마음에 드는 교양을 수강할 수 있었다. 중학생 시절부터 인간 자체에 대한, 그리고 우리의 마음에 대한 철학적이면서도 인문학적인 궁금증을 마음 한 켠에 품고 살아온 나로써, 심리학을 교양으로 수강할 기회를 놓칠리 만무했다.
철학 교양은 듣고 싶지 않았다. 거실과 주방 사이의 테이블에 가족이 다같이 모여 식사와 함께 TV를 볼 때면, 간간히 보이는 철학/인문학 교양 프로그램은 내 궁금증을 모두 해소해주지는 못해도, 그럭저럭 썩 괜찮은 풀이를 제시해줬다. 그것이 나로 하여금 철학과 인문학을 만만하게 보게 했고, 호기롭게 읽기 시작했던 철학서는 아직도 첫번째 챕터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. 프로이트의 초자아가 내 마지막 기억이다. 그러나 간간히 나의 탐구에 대한 욕망을 간지럽히는 마음 속 무언가는, 복잡한 심리학/철학/인문학 지식들이 녹아있는 것들, 간접적으로라도 그 맛을 손 끝으로라도 느끼게끔 내 손을 잡아 이끈다.
지금 이제 막 읽기 시작한 “당신의 마음에 영화를 처방해드립니다”는 이런 내 손의 이끌림으로 수강한 심리학 강의를 담당하는 교수님이 저자 되시는 책이다. 방금 막 챕터1을 읽는 도중에, 이걸 어딘가 기록해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. 그래서 여기에 기록을 시작한다. 나름대로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, 그러니까 독후감 비슷한 그 무언가를 쓸 것 같다. 언젠가 나 자신이 여기에 써 놓았던 글을 읽고 이 때의 감각을 되살릴 수 있도록.